골목길 추억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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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김광석 길, 서울 익선동 한옥마을, 전주 자만마을 낙후 동네서 관광 명소로

쇠락하던 서울 문래동 철공소 길, 예술가들 찾아오며 다시 꽃피워 통영 동피랑 마을, 年 200萬 찾아… 여수, 벽화 1004m 골목도 유명

일상의 번잡함에서 비켜서고 싶을 때, 큰길에서 몇 걸음 안으로 들어서면 바랜 기억 속의 세상이 나타난다. 정체·낙후라는 이미지를 벗고 역사와 문화, 개성이 어우러진 감성 지대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골목길이다. 구불구불 정감 어린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사색과 명상에 빠져든다. 작은 갤러리나 박물관 같은 특색 있는 골목길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지역 경제 활성화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리움과 추억이 되살린 상권

대구엔 인기 가수였던 고(故) 김광석의 노래가 온종일 흘러나오는 거리가 있다. 중구 방천시장 옆에 있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다.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보낸 그가 기타를 치는 조형물, 벽화, 노래 가사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골목길 곳곳에는 카페, 갤러리 등이 빼곡하다. 주말이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덕분에 방천시장은 낮부터 밤까지 손님을 맞느라 바쁘다.

지난 1일 대구‘김광석 길’을 찾은 외국인들이 20년 전 세상을 떠난 이 가객(歌客)의 조형물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광석 길’은 쇠락의 길을 걷던 인근 방천시장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종호 기자

방천시장은 1990년대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인근에 백화점과 신흥 번화가가 생기면서 한때 1000여개가 넘던 점포의 절반이 문을 닫았다. 그러자 상인들은 2009년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수성교 옆 벽면을 김광석 추모 공간으로 바꿔 나갔다. 김광석을 잊지 않았던 팬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젠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됐다. 20년 전 세상을 떠난 김광석이 방천시장을 살린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막는 익선동

서울 종로3가 익선동엔 90년 된 한옥마을이 있다. 2004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사업이 불투명해져 '도심 속 낡은 섬'으로 전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3년 동안 젊은 상인과 예술인이 모여들면서 활기를 찾더니 이젠 데이트 명소로 탈바꿈했다. 영국에서 패션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돌아와 카페를 차린 루이스 박(44)씨는 "요즘은 낮에도 손님들이 꽉 찬 모습을 보면 신기하고, 이 동네가 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폭이 2m 정도에 불과한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한옥을 개성 있게 개조한 카페, 음식점, 예술 공방 등이 눈길을 끈다. 지난달 29일 오후 익선동을 찾은 김설아(여·32)씨는 "낡고 오래된 한옥을 그대로 살린 가게들이 독특하고 분위기 있어 자주 온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익선동 한옥마을(3만1121㎡)은 재개발하지 않고 종로구 북촌·서촌 한옥마을처럼 한옥 원형을 보존할 방침이다. 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돼 집값이 오르면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막기 위해 프랜차이즈 상점을 막을 계획이다.

◇철공소 골목에 핀 예술의 꽃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예술촌 골목은 '샤링 골목'으로 불린다. '샤링'은 '시어링(shearing·금속을 원하는 모양대로 자르는 직업)'의 속어다. 문래동은 1980년대 철공소가 밀집해 번성했지만, 1990년대 후반 외환 위기가 터지면서 슬럼화가 진행됐다. 2000년대 들어 싼값에 넓은 작업 공간을 필요로 했던 예술가들이 하나 둘 찾아왔다. 이들은 버려진 건물에 벽화를 그리고, 거리에 금속 조형물을 장식하며 스러져가던 변두리에 독특한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샤링 골목은 아직도 철공소가 영업 중인 곳이다. 철공소가 쉬는 주말엔 셔터문을 캔버스 삼아 그려진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골목길로 밀려오는 푸른 파도

산이 동쪽으로 내달리다 갑작스럽게 바다와 만난다. 경남 통영시의 동피랑 마을. '피랑'은 벼랑의 통영 사투리. '동쪽 벼랑'이라는 뜻의 동피랑은 매년 2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국내 최고의 벽화 명소이기도 하다. 최근 벽화 120여점 중 80여점을 새로 그리며 재단장했다.

전남 여수시 고소동 벽화 골목은 길이가 1004m라 '천사 골목'으로 불린다. 종포해양공원 버스 승강장 뒤쪽으로 비탈길을 5분쯤 오르면 여수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강원 동해시 묵호항과 묵호 등대를 잇는 논골담길에선 매일 새벽 명태와 오징어를 실어 나르는 어부들의 스토리를 벽화로 만날 수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닿는 자만마을은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하나둘씩 정착하면서 생긴 달동네다. 지난 2012년 자만마을 공동체 대표 권경섭(38)씨와 주민, 청년 예술가들이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주택 40여채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관광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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